2009학년도 2학기 <성과 정치> 제 9주차 발제
Carole Pateman,
"Feminist Critiques of the Public/Private Dichotomy" Ch. 6.
◎ 요약
intro
페미니즘은 그 뿌리를 자유주의와 함께하고 있다. 신분제로부터 해방된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을 주체로 설정하는 개인주의(individualism)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둘 사이에는 지난 200년간 많은 대립지점들이 있어왔다. 그 중 공/사 분리에 관한 대립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주의적 원리는 그 스스로를 보편화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도전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여기서 이러한 도전의 급진성을 담보하는 것인데, 자유주의의 공/사 구분에 대한 대립지점을 통해 그 급진성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자유주의와 가부장제
Benn과 Gaus는 공/사 개념을 자유주의의 핵심적인 난점이라고 본다. 공/사 분리 개념은 자유주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류임에도 왜 그것이 중요한지, 어째서 공적영역이 ‘정치적 영역’이 되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주의의 추상적이고 몰역사적 성격으로부터 나오는 애매함은 페미니스트들에게 좋은 이론적 비판지점이 되곤 한다. Eisenstein의 ‘이데올로기’라는 표현도 이 맥락에서 나온 것인데, 자유주의의 공/사분리 개념이 사실상 사람들의 정확한 현실 인식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자유주의가 가부장제에 기반하여 구축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모든 ‘개인’이 평등하게 존재한다는 가부장적 자유주의자들은 성중립적 ‘시민’이라는 개념과 공/사영역의 분리를 통해 이 사실을 은폐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지점은 자유주의와 가부장제는 이론적으로 대립된다는 것이다. 시민혁명을 통해 뒷받침되는 자유주의는 여/남의 자연적 특성에 따른 위계적 복종 관계를 당연시하는 가부장제와 갈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자유주의자들은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을 누구로 설정하느냐의 문제를 통해 가부장제도자와의 갈등을 일정정도 정리하게 된다. Locke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 Locke는 가부장제의 ‘종속’과 자신의 ‘자유/평등’은 당연히 함께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여성(아내)은 그녀들의 자연적 특성으로 인해 남성에게 ‘종속’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자유/평등 개념은 공적영역의 개념이고 자연적이고 혈연적인 가족은 사적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페미니스트들 또한 이 공/사 분리 개념을 받아들인다. 그것들을 받아들임으로서 ‘공/사 두 영역은 모두 평등하고 중요한 영역이다’라고 대응하며, 성별에 따른 자연적 특징이 고정되어있다는 지점에만 반대한다. 가부장적 자유주의와 시민 개념이 내포하는 불평등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자연&문화
자연&문화의 대립 개념은 가부장제 속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강력한 공격의 키워드이다. 자연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여성성을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여성의 지위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문화라는 쟁점을 통해 크게 인류학과 한 급진주의 페미니스트의 대응이 있다.
인류학에서는 Ortner가 대표적인데 여성과 가정을 자연의 ‘상징’으로 삼으며 자연스레 낮은 능력의 ‘상징’이 되었다고 말한다. 인류는 자연을 초월하려했고 당연히 자연은 문화보다 낮은 체제를 의미했다. 그런데 여성의 몸과 생물학적 특성은 남성의 그것보다 자연과 가깝다고 여겨졌고, 아직 사회화되지 않은 아이를 양육하는 역할을 맡은 여성은 자연과 접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여겨졌다. 이렇게 자연을 상징하는 여성은 문화를 상징하는 남성에게 종속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Ortner는 이러한 ‘여성/자연’&‘남성/문화’의 구도는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람의 특성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양하다는 주장은 ‘당연한’ 주장이었고, 여성과 여성의 일들이 평가 절하되는 상황을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대답할 수 있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실패했다.
그러한 상황의 대답을 위해 노력한 급진주의 페미니스트, Firestone은 자연과 문화라는 대립구도가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이유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자유주의적 공/사 분리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녀는 ‘출산’이라는 자연적 불평등성이 남성이 여성을 재생산영역(사적영역)에 가두어두도록 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유로워진 남성들이 다양한 문화들(공적영역)을 창조한다는 것이다.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인공 재생산을 통해 자연적 성차를 제거하는 방식으로만 이것이 해결된다고 말한다. 가족/사적영역은 철폐되고 개인들이 평등하게 관계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Firestone은 생물학을 통해 새로운 여성해방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주장했고, 공/사 영역 분리에 관한 논점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는 가부장제도가 주장하는 여성의 자연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되었고 자연적인 여성의 종속을 인정하는 것이 되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배와 종속 구조에 대한 역사적인 분석이 필요했고, 공/사 영역의 분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도덕&권력
여성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자는 투쟁은 페미니스트들이 공/사 분리를 공격하는 중요한 이론적/실천적 사례였다. 페미니스트들은 투표가 여성이 아내로서가 아닌 스스로 직접 공적영역과 관계 맺는 중요한 계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성 참정권 운동 과정에서 여성은 여성의 도덕적이고 평화적 본성 때문에 투표하는 것이 치명적일 것이라는 가부장주의자들에게 그러한 여성의 특성이 사회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여성 참정권론자들의 대응이 나타났다.
이렇듯 기존의 이분법적 논리를 받아들인 채로 여성 참정권 투쟁이 진행되긴 했지만, 투표는 그 자체로 정치적 행위일 수밖에 없었고 이 운동의 결과 가부장적 자유주의자들의 공/사 분리 개념은 정치적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J.S.Mill은 이러한 입장을 명확하게 알려낸 사람이다. Mill은 여성/남성, 아내/남편의 관계가 자유주의적 관계-자유와 평등에 기반한 관계-가 아닌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법이 지금의 가족 관계를 불평등한 관계로 만들어 놓았으므로, 법 개혁을 통해 가족이 ‘평등과 조화의 미덕을 가르치는 학교’가 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투표는 여성들의 자기이익을 방어하고 여성의 능력을 신장시키는 방법이므로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아내로서 여성은 가정이라는 범위 속에 제한받아있었고, 그녀들 스스로의 이익을 위한 투표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참정권 보장과 동시에 여성들의 정치적 참여를 통한 개인의 발전과 교육을 통해 ‘공적 기질(public spirits)’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Mill은 궁극적으로 자신이 비판한 지점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여성이 충분한 교육과 사회적 보장을 받아도 결혼을 자신의 ‘직업’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가족들을 보살피는 것을 자신의 ‘직업’으로 삼는다고 인식한 것이다. 이러한 성별분업에 대한 몰인식은 Mill의 공적 영역에서의 여남 평등의 논의 기반을 약화시켰다.
그는 공적영역에서의 여/남의 불평등함이 가정까지 퍼져있다고 본 것일 뿐, 가부장적 자유주의의 공/사 분리 이데올로기에 의해 자신의 입장을 상당히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논리는 그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가족’을 자연적인 공간이 아닌 공간으로 밝히는 효과를 가져왔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오늘날 가장 대중적 슬로건인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문장은 자유주의적 공/사 분리의 개념을 가장 압축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문장은 공/사 분리에 대한 자유주의적 주장의 이데올로기성을 폭로하였고, 사회적인 삶을 개인적인 단어로 표현하는 방식을 밝혀냈다. 페미니스트들은 법에 의한 강간/낙태, 가정과 직장에서의 복지 분배 형태 등 개인적인 삶을 둘러싼 구조화된 정치적 요인들을 강조하였다. 개인적인 문제는 오직 정치적 수단과 행동을 통해서만 해결된다는 것이다.
공/사 분리 개념은, 아내는 사적 영역인 가족에, 남편은 공적 영역인 임금노동시장에 존재한다는 개념인데 이것은 완벽하게 실현된 적이 없다. 많은 노동계급의 아내가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공적영역인 임금노동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가부장제는 오히려 임금노동시장에서의 성별분업을 만들어냈고, 여성의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를 정당화하고 있다.
페미니스트들은 이에 더해서 공적영역의 임금노동자 생활이 사적영역의 가정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밝힌다. 노동자들이 일하기 위해서 가정에서의 가사노동이 뒷받침되어야하는 데 그것이 종종 ‘잊혀진다’는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은 공/사 영역의 자유주의적 분리는 가부장적 구조에 의해 연결되었다는 결론을 얻는다. 이 결론은 가정은 공적영역, 시민사회로부터 분리된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핵심이며 중심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의 권력은 여성의 종속적 상태를 재생하는데 기여하고 있음을 밝힌다.
Millet은 Locke의 가정 내의 가부장성과 정치적 권력을 분리하는 태도를 거부한다. Millet은 모든 권력은 정치이며, 남성은 이 권력의 정치를 통해 여성을 다양한 경로로 억압하고 있는 것이라 주장한다. 이런 입장들은 성적/가정적 영역에서 우리가 눈감고 있었던 불편한 단면들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것은 기존 가부장적 자유주의 속에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였다고 말한다.
가부장적 자유주의에 대한 페미니즘적 대안의 조건
페미니스트의 가부장적 자유주의 공/사 영역 분리의 비판은 사회의 급진적 변혁을 추동하는 실천적 영역 뿐 만 아니라 근본적인 이론적 질문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Wolff는 이러한 해결 불가능한 고질적 구역 구분의 문제에 매달리지 말자고 주장한다. 공/사 영역 분리는 근원적 인간이라는 실제로 불가능한 두 개의 상을 설정해서 만들어졌다. 하나는 ‘초역사적이고 이성적인 인간’, 또 하나는 ‘시간, 역사, 문화, 생물학적 조건과 관계있는 인간’이다. 남성은 자신의 아내를 후자의 인간으로 설정해 가정에 밀어 넣고, 공적영역에서 활동하기 위한 전자의 상을 설정한 것이라고 말한다.
철학적이고 정치적인 범위의 문제가 내외적으로 둘러싸인 페미니스트의 비판은 가부장적 자유주의를 총체적으로 비판할 대안이 개발 되야 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페미니스트의 자유주의적 공/사 분리 비판은 여전히 그 스스로의 철학자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 논의
1. 이 글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에 관한 글이라기보다는 ‘공/사 영역 분리에 대한 페미니즘의 비판’을 정리해 놓은 글이다. 가부장제와의 결합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긴 하지만 공/사 영역 분리라는 이데올로기는 자유주의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J.S.Mill을 비롯한 여성 참정권론자들이나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사실상 ‘공/사 영역 분리’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랬을 때, 이런 입장을 ‘공/사 영역 분리에 대한 비판’이라는 페미니즘의 분류 속에 넣어도 무방한 것일까?
2. J.S.Mill을 비롯한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은 “법적, 제도적 차원의 접근을 통한 여성의 권리신장을 이룬다”는 목표를 가지고 오늘날까지도 여성운동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운동이다. 그러나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1번 질문에서도 언급되었듯 체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부족하고, 이론과 운동 자체가 개량적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국의 여성부도 그 구성원들의 ‘기본’ 입장은 다양할지 모르나, 제도적 접근을 통한 평등을 추구한다는 데서 자유주의 여성운동이라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여성부는 여성해방, 남녀평등을 이루는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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