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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씨 때문에 또 나온 군대 이야기 단상






정운찬씨도 군대를 안다녀오셨더구만. 정운찬이 총장하던 시절 학교에서했던 행동들이나, 그 사람이 이명박 정부의 총리 역할을 맡는다거나, 뭐가 어쨌건 그냥 정말로 '조용히 학문하던' 사람이 정계에 발을 한걸음이라도 들여놓자마자 온갖 그 사람의 과거 행적들이 통틀어서 털려나오는 것을보고 기성 정치라는 것의 무서움을 실감한다. 변호하고 싶은 생각은 당연히 없거니와, 굳이 그런 '도덕적' 문제를 짚어가는 것이 어쩌면 정치인들이 행하는 진정한 폭력과 착취의 행태들을 폭로하는데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별로 관심이 가는 주제는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전두환이 4천억원을 횡령했건 4조원을 횡령했건 한푼도 횡령하지 않았건 그런 돈 몇푼이 중요한게 아니라 80년 5월에 광주에서 행한 짓, 그 사람이 시작한 남한사회의 신자유주의화에 대한 것을 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어찌되었건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백면서생'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요람에서 무덤까지 털털 털리는 와중에 또다시 '군대'라는 이슈가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의 수장 이명박씨가 군대를 안다녀온 이유로 '군대'는 이번 정부를 타격하는 '진보적 남성 네티즌'들의 집중 타겟이다. 대한민국에서 '군대'가 포함되는 모든 이슈가 그렇듯, 이명박 정부를 향한 '군대 타격' 또한 심한 불편함을 불러일으킨다. 이 불편함은 위에서 말한 도덕성 논의를 줄이고 정책에 대한 논의를 하자는 것과 별개로 더더욱 심한 불편함이다.

불편함의 가장 큰, 아니 불편함 그 자체의 이유는. '진보적 남성 네티즌'들의 이명박 정부를 향한 '군대 타격' 방식이, "군대도 안다녀온 것이 대통령을하다니..", "군대도 안다녀온게 뭘 안다고 대통령을 하냐" 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이런식의 이명박 타격에는 이미 "군대를 다녀온 사람만이 대통령을 할 자격이 있다."라는 전제가 들어가있다. 한국 사회에서 '군대 다녀온 것'이 '우리들의 대표가 될 자격'이 되는 것이다. 군대에 갈 수 없는 여성은 당연하게도 그러한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한다. 



내 주장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군대에 가지 않은 정치인들(이명박, 정운찬이 거기에 포함되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두사람은 20대에 그만한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뭐 아닐수도 있고. 솔직히 어떤 주장이든 카더라 통신이니까.)에게 그런 행동에 대한 면죄부를 주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문제제기를 제대로하자는 것이다.

'군대 안다녀온 사람'이 '대표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비판을 가하는게 아니라, '권력을 이용하여' 군대에서 면제된 사람이 '대표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비판을 가해야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논의들은 더 나아가서 징병제도와 상비군 제도에 대한 비판적 인식, 애초에 그런 권력이 생겨난 것에 대한 비판적 인식까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성에게 '대표자'가 될 자격은 물론이거니와 이 사회의 한 '시민'이 될 자격마저도 박탈하는 '군대 이슈'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야겠지.



한국 사회에서 '군대'는 정말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되어있다. 군대 장성과 군 조직이 성역이 되었다는 말이 아니라, '군대'라는 기제를 통해 남성들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기득권들이 성역이 되었다는 것이다. '군대'가 여성에게서 '시민권'을 박탈하고 남성의 권력을 공고화하는 현상은 이 사회 곳곳에서 무자비하게 드러난다. 이명박 정부를 향한 '군대 타격'은 그것의 한 단면일 뿐이다.

복학생들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는 남성인 내가 학교 생활에서 나는 군대의 권력화를 체험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나마 있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사례는 당연히 촛불집회에서 예비군들의 행동이었다. 촛불집회라는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예비군들을 바라보면서 남성인 나도 '군대'라는 기제의 강력함을 뼈에 새기게되었는데, 사회에서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과 매일같이 마주쳐야하는 여성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무력감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듯 싶다.

굳이 더 군대 권력의 무서움을 체험하는 일을 찾는다면, 이제 곧 시작될 학생회 선거기간에 복학생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이력에 "병장 만기 제대"를 써놓는 다는 것이겠지. 어쩌라는 거야. 그게 학생 자치 운동을 하는데 뭐 어디에 써먹는 이력이라는 건데.



흐흐.. 이 글을 쓰면서 틈틈히 싸이질을 했는데, 싸이월드 오늘의 포토? 뭐 이런데에 이명박이가 신병 훈련소에서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당연히 댓글들의 대부분은 위에 적은 그대로였다. 파리코뮌 때 파리의 민중들이 행했던 일들 다 너무 멋지고 감동적인데 아무래도 상비군 폐지가 젤 멋졌던 것 같다는 생각이 막 든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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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피티라메 2009/09/12 13:59 # 답글

    같이 사진찍은 신병들만불쌍할뿐입니다TT.
    아침부터 청소니 군기니해서 압박이 장난아니었을터고,
    경호처에서 전날부터 난리였을텐데;;
  • 연두빛 2009/09/12 14:16 #

    그러게요. 진짜 군대라는 사회 자체가 정상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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