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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시국선언 참여자 징계가 가지는 함의 단상







시국선언에 서명한 교사 1만7천명 전원 징계. 중앙집행위원회 10명 해임, 그외 간부 78명 정직이라는 중징계. 중징계 받은 88명 전원 고발. 99년 합법화 이후 최대 징계라고 한다. 애초 시국선언은 전교조가 준비한것이긴 하지만 비조합원들도 서명에 참여했다고 한다. 전교조 조합원이 9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들었는데, 서명에 참여한 교사가 비조합원까지 합쳐서 1만 7천이라는 것은 지금 전교조의 의식성과 조직력이 어느정도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의식성과 조직장악력이 완전 꽝인 상황은 전교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사회 중산층 전문직이나 마찬가지인 분들이 꾸리신 노조여서 그 역량이 더떨어지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뭐 당장 우리 아빠는 정직 처분을 받을 것이다. 기사에 나오는, '중앙집행위원회는 아닌 전임자'에 포함되니까. 뭐 어쨌든 저항들을 무마시키기 위해서 또 전교조 집행부와 교육부과 쇼부보면서 아마 최상층 몇명만 날라가고 나머지는 징계위원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많이 완화되고, 또 징계 나오고나서도 실제 집행과정에서 또 완화되고 그런 식이겠지. 아무리 경제위기라 할지라도 지금 정부가 전교조를 완전 붕괴시킬 수준의 전투를 진행하기엔 어려울테니까 말이다. 거기다가 지금 이미 벌어지고 있는 판이 너무 많은 상황인데다가 아까도 말했듯 전투성이 그리 높지도 않은 전교조를 상대로 무리하게 싸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산층 전문직 노조라는 전교조의 특성은 비전투성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정부와 자본에겐 항상 뭔가 눈엣가시가 된다. 전교조는 일종의 시금석 같은 역할이 되는 것이다. 전교조 정도의 노조마저 강하게 반정부투쟁을 벌여나갈 경우 그것은 혁명으로 넘어가는 순간일 수도 있는 것이다. 또 '학교'라는 공간안에 존재하는 노조라는 점도 전교조의 전투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정부와 자본에게는 너무나 무서운 상황이다. 학교는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적 장치의 대표적인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평등과 자유의 진정한 가치를 받아앉으라고 가르치는 교사들이 있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솔직히 인정하자 분명히 전교조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소위' 좌파 교육을 한다. 그렇지만 비전교조 교사들, 혹은 의식성 낮은 전교조 교사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개입시키지 않고 가르치는 '교과서에 있는 내용 자체'가 이미 자본의 입맛에 맞춰 편향되어있는데 애초에 그게 객관인가? 알튀세르가 한 말이었나? 발리바르인가? 혁명이란 지배계급이 제시하는 가치를 피지배계급이 온전히 받아앉을 때 일어나는 것이라 했다. 어쨌든 교과서에서는 평등과 자유가 좋은 것이라고 적혀있다. 그러면서 평등과 자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자!! 라고 가르치는게 지금의 교과서이다. 진정으로 평등과 자유의 가치를 받아앉은 사람이 자유 민주주의에선 그 어느 것도 이룰수 없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자. 이렇듯 전교조는 전투적이지 않은. 항상 수세적이고 타협적이며 개량적인 방식으로 운동을 해왔다. 그러나 중산층 노조라는 특성으로 인해 적당히 시비는 걸수있지만 완전히 노골적으로 싸우기엔 거대한 세력인 것이다. 그리고 국가기관과 함께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적 장치로서 기능하는 교육기관에 자리잡은 노조라는 생각에 정부와 자본 입장에서는 굉장히 착잡하다는 그런 생각들이 막 석여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히 역사적으로 봤을 때 정권과 자본은 전교조 합법화 이후 전교조를 상대로 먼저 포문을 열고 공세를 시작한 적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당하는 기륭. 비정규직 해고를 통해 노조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KTX, 이랜드 등 그리고 살고있는 사람들을 내쫓으면서 건물을 부수는 용산. 이렇듯 힘이 약한 노조와 민운 단위에는 거의 직접적이고 잔인한 방식의 탄압이 들어온다. 그에비해 교육현장에서의 투쟁은 네이스라던가 교원평가제와 같이 전교조를 날려버리겠다는 의도가 있기보다는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행하는 방식의 공세가 들어왔다.

그러면서도 조금이라도 자신들이 정한 한도를 벗어날 경우 가차없이 공세를 가했다. 합법화 이후에도 해임이나 정직 사건들이 가끔씩 있어왔던게 바로 그것이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고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정부가 정하는 한도는 점점 더 축소된다. 일제고사 관련해서 조직간부가 아닌 평교사들이 날라갔고, 시국선언으로 인해 지금 이 상황이 된 것이다.

내가 민운단위의 동향을 살핀게 이제 1년 정도밖에 안되서 그런걸지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 정권과 자본의 이러한 대전교조 전략에 맞서는 전교조의 대응은 참으로 답답하다. 우리 아빠가 이번에 정직을 당할 정도로 전교조 집행부여서 그 내부 상황을 더 자세히 듣게도 되고, 그 집행부의 정세 인식을 집에서 항상 들을 수 있기도 해서 더 답답함이 커지는 것 같다.

위에서부터 중간중간 산재해서 서술되어있지만. 일제고사 당시 날라간 교사가 조직간부가 아닌 평교사이다. 즉, 전교조 중앙차원에서는 일제고사에 반대한다는 성명만 발표했을 뿐 조직적 차원의 일제고사 거부 운동을 벌이지 않았다. 너무 과격하다고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의식성 높은 소수 교사들이 조직차원의 미적지근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치고나갔다가 결국 피를 본 것이다. 사실 아무도 예상 못했을 것이다 해임/파면이 나올 줄은. 일제고사 문제가 전국적으로 이슈화되고 쟁점화되고 있었는데, 거기서 전교조가 좀더 조직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했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교사 해임/파면 이후 전교조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강경대응을 시작했고 그러자 일제고사는 많이 흐지부지 된다.(문제가 심각해지자 일부 학교만 선별해서 보는 것으로 알고있다.) 전혀 과격할 것도, 위험부담이 큰것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충분히 조직적 차원으로 더 공세적으로 일제고사 문제에 대응했었으면, 그에 파면/해임이라는 결과가 안나왔을 수도 있고, 만약 그런식으로 나왔다면 진짜 걷잡을 수 없는 저항에 휘말렸을 수도 있다.

이번 시국선언도 그렇다. 전교조 조합원 9만명 중 1만 7천명. 심각한거다. 정말 공세적으로 이 시국에 대응하려고 했다면 전교조 조합원 조직은 100% 성공시켜야하고 각 활동가들이 학교 안에서 미조직 교사들을 끊임없이 선동해서 참여시켜야 했다. 이렇게 공세적으로 나갈 때 어떤 운동의 성과들이 만들어지고 그 운동이 탄압에 직면했을 때 투쟁의 동력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번에도 일제고사 때와 과정이 거의 비슷하다. 전교조 차원에서 그냥 평범하고 안일하게 어떤 문제에 대응한다. 예상외의 강력한 탄압에 직면한다. 그제서야 혼비백산해서 더 큰 투쟁을 조직하려한다.(제2 시국선언 발표하겠다고 하더군)

참 억울하지 않은가? 공장이나 이런 곳에서는 수많은 활동가들이 몇년간 고생해가며 노동자들을 만나서 노조를 띄운다. 그 과정에서 온갖 사측의 탄압과 폭력이 벌어진다 그렇게 공세적으로 활동을 벌여내서 노조를 출범한뒤 전원 해고 당하면 뭔가 그 몇년간의 투쟁이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렇게 조직된 노조원들은 지리한 장기투쟁의 과정에도 함께하고 또 승리하기도 한다. 이랜드 노동자들은 결국 간부들을 빼고 복귀했다. 그러나 현장으로 돌아간 평조합원들이 새로 집행부를 뽑고 그 속에서 새로운 노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에비해 전교조는 내가 민운을 제대로 챙겨본 1년 동안 보여준 두번의 사건에서 그러한 의미를 남기는 해고나 폭력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안일하게 어영부영 정권에 맞서다가 아무런 운동적 성과없이 와르르 깨지고 그제서야 뭔가 시작하려한다. 진짜 억울하지 않은가?

사실 이 글은 글 자체를 부정시킬 논리적 결함이 있다. 중산층 노조라 당연히 전투성이 없다. 라고 위에 서술해놓고. 아래에 전투성이 없다고 비판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결함은 결함이 아니다. '중산층 교사'는 당연히 전투성이 없을 것이다 노조에 가입할 때도 전투적 마음가짐으로 가입하는게 아닐테고 말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중산층이 아닌 빈곤층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은 날때부터, 노조 가입할 때부터 전투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들의 전투성은 지속적인 노조의 교육훈련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분명 중산층이라는 조건은 빈곤층에 비해서 전투성을 만들어내기가 훨씬 힘들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전교조는 '중산층 노조'라서 전투성이 없는게 아닌 것이다. 스스로 전투성을 갖추어 나갈 아무런 노력도 시도도 하지 않기 때문이 이렇게 '아무런 운동적 성과를 남기지 않는 운동'을 행하면서 소수의 의식화된 조합원이나 간부들만 날라가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작년의 일제고사, 올해의 시국선언. 이 두가지 사건은 이제 정부가 전교조를 훨씬 타이트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제 전교조 교사들은 선택해야한다. 이 관리에 수긍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투쟁을 준비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그 관리체계에서 어설프게 저항하다가 아무런 성과없이 이렇게 깨져나가는 일만 반복할 것인지. 앞으로 촛불집회나 노동절 집회같이 자리 뿐이 아니라, 최저임금 투쟁 집회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장기투쟁 집회나 철거민들의 투쟁의 현장에서 전교조 깃발을 봤으면 좋겠다. 그 깃발아래 간부만 있는게 아니라 조합원들과, 비조합원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이번 사건에도 40만이 참여하는 2차 시국선언이 아닌 전교조 전체 차원의 거대한 연가투쟁을 결의하는 모습도 필요할 것이다.


부모님이 모두 전교조 소속이고. 아빠는 집행부이다보니 많이 관심이 가게된다. 우리 대오에서는 교육운동 관련해서 학습을하거나 그런 일이 거의 없지만 계속 혼자서 고민하게 되고 그런다. 어쨌든 90년대 남한 민운의 중요한 축이었던 전교조. 합법화 이후 보이던 그런 개량적 모습을 벗어나서, 사회운동적 노조로 거듭나기만을 간절히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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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국선언이 죄인가요? 2009/06/28 10:25 #

    지난 18일 전교조가 발표한 시국선언은 비전교조 교사를 포함하여 전국의 16,000여명 교사가 서명했는데, 얼마 전 교과부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내부검토 의견을 냈다가 돌연 태도를 바꿔 주도교사를 중심으로 해임/정직/경고에 상당하는 징계를 결정했다. 몇 가지 의문이 든다. 1. 교원노조법에 '교사의 정치활동' 금지되어 있는데, 교사가 정치적인 발언을 함부로 하면 쓰나 - 노조법에서 금지한 교사의 정치활동이란, 교사가 이명박 띠 두르고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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